핫플레이스(Hot Place)

신차 시승회는 영화로 치면 시사회 같은 역할을 하는 행사로서 각종 미디어의 기자들이 신차를 처음으로 직접 운전해 보면서 신차의 상품성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신차 출시 초기에는 아무래도 정보가 부족하고 실제 구매자의 평이 아직 형성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신차를 체험해본 전문가들의 평이 차량의 초기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시승회를 통해 전문가들에게서 최대한 좋은 평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세심하게 행사를 준비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시승 코스’입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신차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킬 수 있는 코스를 세심하게 준비합니다.

시승 코스는 통상 행사 진행을 위해 편도 한 시간 정도의 거리로 선정하며, 시승 코스 선정에는 다음 두 가지 요소가 주로 고려됩니다. 첫 번째는 차의 성능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고속 구간이 충분히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입니다. 때문에 주로 시승회의 시승 코스는 고속도로가 충분하도록 구성이 됩니다.

두 번째는 운전자가 스트레스 받거나 불필요하게 부정적인 노이즈가 생길 수 있는 구간이 최소화 되는지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정체 구간이 많을수록 운전자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차에 대한 평가도 나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회사의 경우 시승 코스 선정 시 방지턱의 개수나 요철 구간 길이까지 고려해 시종일관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한 코스만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회사는 시승 코스에 영종대교를 포함하는 것을 금기 시 하기도 합니다. 이 회사의 경우 영종 대교는 바람이 심한 편이라 차량이 흔들릴 수 있고 이럴 경우 주행 안정성에 부정적인 평가가 나올 수 있다는 이유로 인천에서는 절대 시승회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시승 코스 구성 시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은 걸 선호합니다. 아무리 내비게이션이 있어도 초행길일수록 인터체인지를 놓치기 쉽기 때문에 단순하게 코스를 구성하려고 노력합니다.

 시승 코스의 백미는 반환점입니다. 통상 여러 기자들이 한 차량을 타기 때문에 반환점은 운전자 교체를 위한 공간입니다. 때문에 차량의 주차 및 출차에 혼잡함이 생기지 않도록 넓은 주차장이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휴식을 취하면서 제조사 담당자들과 차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하는 공간으로 간단한 다과와 함께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가 선호됩니다. 때문에 이왕이면 대부분 교외의 경치도 좋고 인테리어도 훌륭한 명소를 반환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해보면 신차 시승회의 코스는 운전 시간도 편도 1시간 이내로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고속위주로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구성이며 일부러라도 찾아갈만한 아름다운 카페를 반환점으로 삼습니다. 자동차 회사에서는 시승회를 준비할 때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코스를 발굴하기 위해 마케팅, 홍보, 에이전시 등의 전문가들이 모여 여러 차례 답사를 다닙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내부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고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면 충분히 검증된 코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인과 함께할 괜찮은 드라이브 코스가 궁금하다면 최근에 시승 행사를 한 코스를 참고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통상 시승회의 출발점은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호텔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텔 중에서도 정체 가능성이 높은 도심 구간이 최소화되고 바로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와 연결이 되는 곳을 선호합니다.

올해 나온 국산차 신차들의 시승회 코스들 중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코스 다섯 개를 정리해봤습니다. 순서는 시승회가 있었던 순서입니다. 출발점은 다르더라도 이 코스와 반환점을 참고해서 자신만의 드라이브를 코스를 짜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 수입차의 경우 대규모 시승회가 비교적 드문 편이며, BMW 5시리즈는 자체 시설인 BMW 드라이빙 센터를 반환점으로 삼아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일반인이 편하게 가기에는 난이도가 높은 오프로드 코스가 포함되어서 제외했습니다.

모닝 시승회는 경차의 특성에 맞게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화도 IC까지의 고속 구간과 국도 구간을 골고루 섞었습니다. 화도IC에서 나온 후 북한강을 따라가는 국도는 과거 춘천을 가는 국도로서 대성리와 청평을 지나게 됩니다. 과거에는 주말 정체로 악명 높은 구간이었지만 춘천고속도로 개통 이후 다소 한산해졌습니다. 고속보다는 여유롭게 드라이브하기에 좋은 도로입니다.

모닝은 반환점으로 가평의 펜션 겸 카페를 선택했습니다. 모아이는 풀빌라 펜션으로 유명하며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갖춘 카페 갤러리가 있습니다.

크루즈는 서울양양 고속도로 코스를 메인 코스로 선택했습니다. 아무래도 고속으로 달리면서 고속 주행 안정성을 확인하기 용이한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재밌는 것은 설악 IC를 빠져 나온 이후 약간의 와인딩 코스를 포함했다는 것입니다. 가평에서 양평으로 연결되는 유명산 와인딩 코스는 운전의 재미가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아마도 이 코스를 통해 향상된 코너링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반환점은 중미산 천문대였습니다. 해발 437미터에 위치한 이곳은 공기가 맑아 우리나라에서 별을 관측하기 가장 용이한 곳 중 하나라고 합니다. 별에서 온 그대의 마지막화에 등장하기도 한 곳입니다. 밤에 가면 더 좋겠지만 낮에 가도 천문대를 둘러볼 수 있고, 카페가 있어 잠시 휴식을 취하기 좋습니다. (예약 필수)

G4렉스턴은 고속도로와 지방도뿐만 아니라 프레임바디 SUV답게 비포장 험로 체험이 가능한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2016년 모하비 시승회 코스와 동일합니다. 비포장 험로 구간은 난이도가 높지는 않으나 프레임바디와 4륜의 장점을 맛볼 수 있는 코스로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볼만합니다.

반환점인 비룡대교 근방은 다소 황량한 곳으로 근처에는 식당만 있고 카페는 드문 편입니다. 근처 적성 터미널 쪽이 시내로 그나마 카페가 있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곳에서 가월리 순두부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코나도 수도권 서쪽으로 갔습니다. 서쪽 파주로 가는 코스는 일산 넘어서부터는 정체가 없는 편이라 현대차 개발중인 테스트카들이 자주 포착되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소형SUV인 만큼 무리해서 오프로드 코스를 섞지는 않았습니다.

반환점은 레스토랑, 카페, 갤러리가 함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인 카페 소솜입니다. 독특한 디자인의 외관과 아늑한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곳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카페에 들렸다가 근처 아울렛을 들렸다 오는 코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스토닉은 김포에서 북쪽으로 길게 돌아 남양주로 가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긴 거리지만 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는 (평일에는) 정체가 별로 없어서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구간입니다.

반환점인 카페 블루문은 “바다가 있는 카페”라는 컨셉의 수족관 카페입니다. 커피 가격은 다소 높은 편이지만 교외이고 수족관이 있음을 감안하면 이해 못 할 가격은 아닙니다. 연인과 가도 좋지만 가족들과 함께 가기에 특히 괜찮은 곳입니다.